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전공을 선택한 이유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디자인을 전공하면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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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1호
“우리는 조금 더 빨리 선택과 결정을 경험한 거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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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졸업 전시 작업으로 시작한 안녕, 디자이너.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작업에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셨고,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셨어요. 그 후로 6년이 지났고, 그사이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죠. 하지만 취직하면 끝날 것 같았던 진로 고민은 커리어에 대한 고민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어려웠어요. 돌아보니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을 살고 있더라고요. 얼마 전, 이사를 하며 안녕, 디자이너를 오랜만에 꺼내들었어요. 고민만 하지 않고 더 알아가고자 했고, 무언가 만들려고 했던, 꽤 멋있던 과거의 저를 다시 떠올리게 됐죠. 오랜만에 열어본 메일함에는 절판된 책에 대한 문의와 응원의 메일이 몇통 와 있고요. 프로젝트 진행은 쉽지 않았지만, 흔쾌히 시간을 내주신 인터뷰이를 위해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고마운 독자분들을 위해서, 다시 한 번 프로젝트를 이어가기로 마음 먹었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독자분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안녕, 디자이너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어떠한 정보도, 트렌드도 전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고민을 담담히 전하는 뉴스레터가 되어보려 합니다. 안녕, 디자이너 뉴스레터는 전공과, 일, 꿈에 대한 고민을 담을 예정이에요. 과거의 인터뷰와 새로 진행할 인터뷰, 특집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고민을 나누고, 위로 받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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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디자인과에 가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더 이르게는 어릴 때 부터 미대 입시라고 하는 과정을 겪는 경우가 많죠.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전공자는 어쩌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빨리 선택의 순간을 경험했다고 할 수 있어요. 혹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처음 전공을 선택한 이유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인터뷰이의 이름을 누르면, 인터뷰 전문을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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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는 당연히 안 갈 것이라고 생각했고, 문과를 가자니 대부분이 그러는 것처럼 경영이나 경제 관련 학과로 가서 대기업으로의 취업을 준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러다가 학교 앞에서 나눠주는 미술학원 홍보물에 이끌렸어요.
어렸을 때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줬다고 해요. 한 5살 때부터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꿈을 찾아 헤매던 시절에 한 CF 감독님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됐어요. 그분이 시각디자인과를 나온 걸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됐죠. 저도 CF 감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과를 지원했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수영 선수였는데 체고 진학에 실패해서 좌절하고 있었어요. 어머니가 친구분이 하시는 미술학원을 소개해 주셨는데 석고상을 그리는 선생님이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거칠게 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리는 힘도 느껴지고요.
원래는 음악을 하고 싶어 하다가 부모님의 반대로 선택하게 됐어요. 음악보다는 미술이, 순수미술보다는 디자인이 미래 보장이 된다고 생각해서 디자인을 선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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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권코소의 편지
“우리는 더 빨리 ‘선택’과 ‘결정’을 경험한 거잖아요? 그런 선택이 우리를 대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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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인터뷰 신청을 받는 구글 폼을 만들어 항상 열어두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권코소, 카페주인(다음 주 폐업)'이라는 이름이 인터뷰를 신청했더라고요. 꼭 그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싶어, 일정을 잡았고 폐업 이틀 전에 겨우 인터뷰할 수 있었어요. 6시에 시작해서 9시 넘게, 장장 3시간 넘는 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고, 그녀의 다양한 경력과 차분하지만 경쾌함이 느껴지는 말투에 매료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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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해요. 저는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권코소이고요. 오늘의 직업은 폐업을 2일 앞둔 카페의 주인장입니다.
미술은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어렸을 때 형편상 인형을 가질 수 없어 아이스크림 스푼을 인형 삼아 옷을 입히며 놀았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그걸 보고 ‘미술에 적성이 있다’고 생각하신 거에요. 어렸을 때부터 주변 분들에게 제가 만든 인형 옷을 자랑하시니까 스스로 미술을 잘한다고 생각했고, 학교 미술 시간에도 칭찬을 종종 들었죠. 친구들 앞에서 발표도 하고요. 그런 경험 때문에 저의 미적 감각에 대한 의심이 없었어요. 청소년 때는 새벽 시장을 매주 구경하며 디자이너라는 꿈이 더 확고해졌어요.
졸업하고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꼭 디자인을 주변을 못 떠나고 맴도는 귀신같더라고요. 4학년 2학기에 웹디자인 에이전시로 조기취업 했어요. 적은 월급에, 매일같이 밤을 새웠어요. 첫 회사를 그만두고 여기저기 단기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친구의 소개로 CI, BI를 만드는 회사에 들어갔어요. 기회를 많이 줘서 유명한 회사의 작업도 많이 했죠. 그만두고 나서는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했어요.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대기업 디자인팀의 계약직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계약 만료로 퇴사하고 나서 ‘이번엔 디자인을 완전히 버리자’하고 마케팅 쪽으로 일을 알아보다 한 식품 제조기업의 마케팅팀에 입사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소이 캔들을 알게 된 거에요. 캔들을 30여 개 만들어 집 근처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들고나서 판매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에요. 사업자가 필요해지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1인 브랜드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망원동에 소품 샵을 차렸어요.
그 이후 이 카페를 열게 되신 건가요? 소품 샵은 계약 기간을 채운 후 장소를 옮겨 이곳에 카페를 열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소품샵보다는 카페가 방문객들과 소통도 쉽고 더 좋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카페라는 공간은 주인에 대한 호감과 무관하게 선택하잖아요. 저에 대한 점수가 처음부터 없으니까 마이너스점수를 주는 것도 쉬운 거에요.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이 있나요? 올해 첫날 이런 생각을 했어요. ‘10년 전, 25살 때 나의 서른다섯을 상상해 본 적이 있었나?’ 아무것도 상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후회보다도, 앞으로의 십 년 뒤, 마흔다섯을 또렷이 상상하기로 마음먹었죠. 생각해보면 제가 하고 싶어 했던 건 아직 세상에 없거나, 제가 모르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아요. 글을 쓰고 싶지만 소설은 아니었고, 옷을 만들고 싶지만 유행을 따르는 옷이나 일상에 먼 컬렉션은 아니었어요. 이것저것 하다 보면 하나 정도는 잘 풀리는 장르가 있지 않을까요?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해요. 우리가 디자인 업무를 계속해서 하든, 하지 않든 처음 디자인 과를 선택했을 때, 분명 어떤 그룹의 사람들보다 더 빨리 ‘선택’과 ‘결정’을 경험한 거잖아요? 그런 선택을 하게 한 우리의 미적 감수성이나 희망 같은 것들이, 우리를 대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에요.
- 권코소,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08, 폐업을 앞둔 카페의 주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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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온 편지
“디자인 전공자는 일에 대해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곧 다른 고민도 떠오를 텐데, 고민만 하기보다는 실행해 보고 나에게 맞는지 빠르게 결정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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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자이너 세번째 책, 제주 이야기 인터뷰를 위해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했어요. 6년 전 제주도에서 디자이너로 일할 때 인터뷰했었는데, 지금은 서울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더군요. 그사이 결혼도 하고, 직무도 몇 번 바뀌어 많은 변화가 있었고요. 제주도를 선택해 훌쩍 떠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 당시의 고민에 관해 물으니 이런 답을 했어요. 고민보다는 실행, 그리고 빠른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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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6년만에 만나니 반갑네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무신사 BX 디자인팀에서 일하고 있는 서지수입니다. 제주에서 2년 지내고 서울 올라온 지 이제 6년 차가 됐어요. 지금은 당산에 살며 성수로 출퇴근하고 있어요.
제주에서 만났던 게 6년 전인데요. 제주에서의 인터뷰 이후 어떤 생활을 했나요? 서귀포에 살다가, 성산에 있는 회사 숙소로 옮겼을 때네요. 그때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 타지에서 온 사람이 많아서 빌라 몇 개에서 합숙 생활을 했어요. 적으면 2명, 많으면 4명이 함께 지냈는데, 우리 방은 서로 즐겁게 잘 사는 방으로 소문이 날 정도로 같이 재밌게 놀러 다녔었어요. 확실히 프리랜서로 지내던 1년에 비해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게 재미있고, 혼자서 지지고 볶고 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서울로 올라오게 됐어요? 코로나 팬데믹이 오면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고 행사도 점점 없어지면서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었어요. 계속해서 활기차고 재미있게 일했으면 제주에 더 있을 수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제가 회사 생활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더라고요. 회사에서 활력이 없으니까 일상 자체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고, 가족들과 떨어져 있으니까 외로워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다른 일자리를 찾던 중 무신사에 합격하게 되면서 서울로 오게 됐죠.
다시 제주도에 가고 싶은 생각도 하고 있나요? 지금은 나이가 들고, 가정도 있고, 가족계획도 고민해야 하니까 쉽게 결정하기 힘들어요. 남편과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야기하곤 하는데, 제주 생활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민하고 있어요. 서울에 오고 나서는 남편과 옆 아파트 단지의 조그마한 산책로를 ‘작은 제주도’라고 부르면서 자주 찾곤 해요.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이 있나요? 계속해서 직장을 다니면서 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타협하느냐의 문제인데, 평생 월급을 받는 삶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하며 살고 싶어요.
미래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주체적으로 어떤 곳에 살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생활해 보는 것 자체가 제 자존감을 많이 올려줬어요. 당시에는 외롭기도 하고 행복한가 싶기도 했는데, 돌아보니 내가 선택한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행복한 기억이더라고요. 디자인을 선택한 사람은 자신의 업에 대해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곧 다른 고민도 떠오를 텐데, 고민만 하기보다는 실행해 보고 나에게 맞는지 빠르게 결정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 서지수, 디자인학부 졸업 '15, 제주 생활 2년 후 서울 생활 6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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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주도에 살고 있는 디자인 전공자를 알고 있나요?
안녕, 디자이너는 제주에 살고 있는 디자인 전공자들의 이야기를 찾고 있어요.
어떤 이유에서 제주에서 살게 되었는지, 그 고민의 과정은 어땠는지,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어볼 예정이에요. 이를 통해 전공과 일, 그리고 삶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만들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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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자이너 첫 호는 어땠나요?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이 있나요?
다른 디자인 전공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익명 방명록에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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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자이너에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나요?
안녕, 디자이너가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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