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디자인을 전공하면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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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터 10호
“잠시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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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꾸준함과 성실함을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그래서 인터뷰 레터 <안녕, 디자이너>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거라 믿고 야심차게 시작했죠.
하지만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고, 첫 직무를 배워가며, 회사 외에도 여러 일들을 겪다 보니,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인터뷰를 이어가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다행히 기존에 진행해둔 인터뷰 덕분에 다양한 주제를 묶어 발행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저 스스로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느끼게 되었죠.
그래서 아쉽지만 이번 10호를 끝으로 시즌1을 마무리하려고 해요.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몇 년 만에 3번째 책을 다시 시작했던 것처럼, 또 다른 계기가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다시 돌아올게요.
잠시 멈추는 것도, 다시 힘을 모으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에요.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고,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아볼게요. 곧,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잠시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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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점을 운영하는 이은주가 보낸 편지
“안 하고 싶다면 용기를 내서 안 해도 된다, 먹고 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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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정보디자인 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아동 미술 강사를 하면서 망원동에서 강아지, 고양이 소품과 간식을 만드는 가게도 운영하고 있어요.
미술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7살 때쯤에 시작했는데, 저희 집에는 예술 계통으로 일하시는 분이 없어서 조금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입시는 고등학교 마지막에 짧게 했어요. 원래 회화를 전공하고 싶었는데, 어머님이 홍대를 갈 게 아니면 디자인 과를 가라고 확고하게 말씀하셔서 디자인 과를 오게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지만요.
졸업하고 어떤 일을 했나요?
저희 과는 상업적인 작업보다는 예술적인 작업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디자인에 관한 공부도 깊이 하는 걸 선호했고요. 취업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죠. 그래도 다행히 학교 내에 취업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 득을 크게 봤죠. 저는 졸업하면 당연히 대기업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원한 여러 곳 중에 큰 언론사의 광고 기획 쪽에 취직하게 됐어요. 그런데 회사 생활이 정말 맞지 않더라고요. 지루하기도 했고, 한 곳에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는 걸 어려워했거든요. 얼마 안 돼 더 자유로운 곳을 찾아 디자인 에이전시로 옮겼어요. 에이전시는 앞의 회사에 비해 작업량이 정말 많더라고요. 한 달 정도 일했는데, 더 있으면 이곳에 머물러야만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만 뒀지만, 다행히도 프리랜서로 6개월 정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쉽지 않았죠.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사실 회사에 다니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우울증도 왔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디자인을 그만두려고 하니 주변에서 ‘몇 개월 다니지도 않고 재미없다고 하냐’, ‘후회할 거다’, ‘거만하다’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건 정말 제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하긴 했지만,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분명히 정하게 됐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주말 아르바이트로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했는데, 재밌고 잘 맞더라고요. 마침 사장님이 직원을 제안하셔서 다 정리하고 직원으로 일하게 됐어요. 1년 6개월 정도 일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게 됐어요.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선배의 제안으로 아동 미술학원 일을 하게 됐어요. 유치부, 초등부를 대상으로 아이의 성격과 적성에 맞춘 눈높이 수업을 하는 곳이었죠. 그런 수업을 하면서 저도 하고 싶은 것을 찾게 되었고 어렵지 않게 실행하게 됐던 것 같아요.
운영하는 과자점은 어떻게 여시게 된 건가요? 카페 일이 재미있긴 했지만, 격에 맞지 않는 사람과 예의가 없는 사람들이 종종 오시더라고요. 그런 것 때문에 많이 지쳤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남동생이 강아지 ‘점례’를 데리고 온 거에요. 덕분에 상처도 치유되고, 마음을 주다 보니까 ‘점례’에게 몰두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더 건강한 간식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하고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영상을 찍었어요. 그때 하던 아동 미술학원 일이 확대되어 아동 미술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강아지 간식을 콘텐츠로 영상을 만들어보자!’ 이렇게 된 거죠. 그게 지금 운영 중인 ‘점례 친구 은쌤’이에요. 그렇게 점점 깊이 있어지고, 남편도 하던 일을 그만두기로 해서 같이 이렇게 가게를 차렸죠.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어쩌면 다른 순수예술 전공보다는 디자인 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잘 살아남을 거로 생각해요. 저는 졸업할 때 다른 일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미리 했다면 더 잘 꾸려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비록 몇 개월밖에 하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가게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었던 일은 많이 있던 것 같거든요. 디자인 과를 졸업한 장점을 잘 살리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접목해서 하기에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급여를 많이 안 주잖아요. 어디를 가도 그 정도는 벌 수 있으니까 겁먹지 마세요. 제가 빵집에서 일했을 때도 먹고 살 수 있었어요. 정리하자면 ‘디자인이 안 하고 싶다면 용기를 내서 안 해도 된다, 먹고 살 수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 이은주, 시각정보디자인과 졸업 '12, 고양이와 강아지 용품상점 겸 과자점 ‘그냥, 점례’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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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아보고 있는 서지수가 보낸 편지
“어느 날부터 몸이 너무 안 좋다는 걸 느꼈어요. 쉴 때가 됐구나 싶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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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지수고, 3년 차 디자이너예요. 졸업하고 브랜딩 쪽에서 여러 일을 하다가 제주도로 흘러 흘러 왔어요.
미술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그림을 그리면 칭찬을 받고 하니까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림 쪽으로 진로를 정했죠. 취미 미술은 어렸을 때부터 했어요.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항상 학원에 있어야 했는데 그게 다 미술학원이었거든요. 입시 미술은 중2 때부터 본격적으로 했어요. 학원에서 동양화반, 서양화반, 디자인반 이렇게 나누어 졌는데, 순수 미술 쪽은 아닌 것 같아서 디자인 쪽을 선택했어요. 시각디자인과로 온 거는 사실 디자인을 하고 싶었을 뿐이지 어떤 디자인인지는 잘 모르고, 성적에 맞춰 여러 과를 지원해 합격한 곳에 온 거였어요.
졸업 후에는 무슨 일을 했어요? 졸업하고 2학년 때 잠시 인턴을 했던 스타트업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졸업할 때 대기업도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대기업에 들어가면 성장이 안 될 것 같았고, 에이전시는 급여도 적고 야근도 많을 것 같았어요. 그런 고민에 다시 스타트업을 선택했죠.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만뒀어요. 한번 기업 일이 들어오면 몇 년간 보수 유지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는데, 디자인은 곁다리, 보너스의 느낌이 들었어요. 디자인이 서비스였달까요? 그러다 보니 완성도도 안 올라가고 제가 원하는 작업물도 만들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직장을 알아봤어요.
제주도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요? 회사를 하나씩 그만두면서 마치 연애하다 헤어진 것처럼, ‘다음에는 이런 직장을 피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전 직장에서 아쉽고 원했던 걸 다음 직장에서 찾곤 했죠. 그래서 찾은 곳이 많은 상품군을 다루는 디자인 에이전시였어요. 한 번에 진행되는 프로젝트 수가 진짜 많고 범위도 다양했어요. 작은 프로젝트는 로고 만들기 작업부터, 큰 프로젝트는 아이디어 회의부터 스토리텔링 회의, 이미지 회의, 브랜딩까지 다뤘죠. 그러다 보니 야근도 많았어요. 근데 에이전시가 마약 같은 게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결과물이 바로바로 나오니까 뿌듯하고 희열감을 느껴지더라고요. 꽤 오래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몸이 너무 안 좋다는 걸 느꼈어요. 위염에 디스크까지 왔죠. 병원에 가니까 쓰는 근육만 발달 돼서 근육에 불균형이 생겼다더라고요. 쉴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조언 부탁해요. 살면서 자리를 옮기는 건 한 번은 필요한 것 같아요. 자리를 옮기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이동할 것과 지낼 곳만 구하면 바로 갈 수 있어요. 일단 한번 가보면 좋겠어요.
- 서지수, 디자인학부 졸업 '15, 플레이스캠프 성산 크리에이티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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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레터 <안녕, 디자이너> 10호는 어땠나요?
<안녕, 디자이너> 시즌1을 함께한 소감은요?
후기 혹은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익명 방명록에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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