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시선이 무섭겠지만,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긴장하지 말고 시도해보세요 디자인을 전공하면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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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레터 3호
“남들보다 늦는다고 크게 어긋나거나 잘못되진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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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재수를 해서 군대도 늦게 가고, 졸업은 거의 서른에 했어요. 졸업 후에는 직원 4명이 전부인 작은 회사에 다니다가, 서른이 되어서야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죠. 신입사원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였어요. 그 때도, 그 후에 무언가 도전할 때도 주변에서는 항상 늦었다고, 쉽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항상 저의 선택을 믿고 꿋꿋이 밀고 나갔어요. 빠르다고 좋을 것도, 늦었다고 나쁠 것도 전혀 없어요. 각자의 속도는 다르니까요. 남들과 비교만 하면 마치 내가 뒤처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기준도 모두 다를 수 있고, 목표에 도달하는 시간도 각자 다를 수 있잖아요? 혹시라도 지금 내가 조금 늦는다고 느껴진다고 해서, 너무 초조해하지 마세요. 꾸준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목표에 도달해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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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8년이나 다녔는데, 한 번도 제대로 된 디자인 작업을 한 것 같지 않았어요. 졸업전시도 어떤 작업으로 할지 막막했고요. 그리고 일단 너무 잘하는 동기들이 많았어요. 졸업하고 디자이너가 되기는 힘들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디자이너가 아니면 어떤 직업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졸업전시 주제 발표 때 "나는 디자이너 안 할 거예요"라는 제목으로 디자인을 전공하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그게 <안녕,디자이너>가 되었죠. 고민을 담은 작업이라 진정성이 느껴졌는지, 덕분에 지원 사업도 받게 되었고, 책 출간 제안도 받았어요. 디자인 매체 인터뷰도 하고요. 디자이너가 되지 않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더 주목받는 게 참 아이러니하더라고요. 여러분도 진지한 고민이 있다면, 고민에서부터 무언가 시작해보세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디자인을 배워서 얻은 가장 큰 건 무언가 관심 있는 걸 프로젝트화하고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다고요.
*인터뷰이의 이름을 누르면, 인터뷰 전문을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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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대학 수업에서 디자인을 배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워낙 다양한 수업들이 있다 보니까 뾰족하게 특정 도메인의 디자인 전문성을 키우는데 초점이 맞춰져있지 않았고, 그래서 약간의 갈증이 있었어요. 졸업할 때가 돼서야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참 순진했고 준비성이 없었죠.
졸업 전시를 취직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염두에 둔 작업을 해야 하나, 진짜 평소 하고 싶었던 작업을 해야 하나 선택해야 했거든요. 결국, 하고 싶었던 작업을 하자는 쪽으로 기울었어요.
졸업을 앞둔 여름방학 때 무작정 호주로 떠났어요. 여행하는 동안 인스타그램, 외장 하드 안을 쭉 봤죠. 제가 무엇에 관심 있는지 찾아보려고요.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사람들은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높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디자이너를 존중하지 않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자’ 라고 생각했고 오랜 꿈이던 성우를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디자인은 정말 일로서 대했죠. 학원비와 활동비를 벌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디자인이 편해지더라고요.
여행하던 중에 르브루박물관에 갔어요. 몇 작품을 빼고는 흥미가 없더라고요. 오페라를 본 것과 퀴어퍼레이드를 경험한 게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았어요. 그때 그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확신하게 됐죠. 자퇴하고 관련된 과를 갈까 했는데 학교 졸업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졸업 후 연극 쪽으로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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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기획자의 편지
“재수하면서 느끼게 된 사실인데, 조금 늦는다고 뭐가 크게 어긋나거나 잘못되진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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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하며 본가를 떠나 홍대 앞에 있는 미술학원에 다녔어요. 고맙게도 마음 맞는 친구 몇 명을 만날 수 있었죠. 모두 다른 학교, 다른 과로 입학했지만, 신입생 때는 종종 연락도 하고 같이 놀러도 갔었는데, 군대를 다녀오며 점점 연락이 뜸해지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졸업 후 디자인을 그만두고 기획자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너무나 흔쾌히 인터뷰를 해주었어요. 저는 아직 대학생인데, 벌써 어엿한 2년 차 직장인이 되어있더라고요. 친구보다 조금 뒤처진 것 같아 약간 슬펐는데, 때마침 해준 말이 큰 위로가 됐어요. "남들보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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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해요. 저는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김지수에요. 졸업하기 전부터 디자인은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른 길을 고민했고, 졸업하면서 디자인은 바로 그만두었어요.
미술은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유치원 때부터 미술 이외의 다른 분야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취미로 미술을 제대로 배우고 나서부터는 소묘를 특히나 좋아했죠. 입시 미술 학원은 고등학교 때부터 다녔어요. 예중이나 예고를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못 갔어요. 중,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며 꾸준히 설득해서 결국 미대 진학을 허락받았죠.
졸업하고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졸전을 준비하면서 토익 공부도 하려고 했는데, 막상 보니 시간이 넉넉하지 않더라고요. 졸전을 마치고서야 토익 공부를 시작했어요. 사실 제가 선택한 길이긴 하지만 그 1~2주를 공부하는 동안 엄청나게 막연한 불안함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런데 공부를 시작하고 딱 1주일 만에 PlusX의 공고를 보게 된 거에요. 게다가 BX 기획자 신입을 뽑고 있었어요. 그 날부터 1주일 동안 밤을 세워 과제와 서류를 준비했죠.
PlusX는 디자인회사잖아요. 큰 범주로 디자인의 일을 하는 것 같은데, 디자인 업무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기획자는 의뢰한 브랜드가 어떤 자산을 가졌는지, verbal 아이덴티티, 슬로건, 에센스, 핵심가치, 내부 구성원의 생각, 속한 시작의 카테고리,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해요. 디자이너는 가독성, 색채, 아이콘, 톤앤매너 등 시각적인 걸 기준으로 생각 하죠. 같은 리서치를 해도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결과물도 달라요. 기획자는 주로 paperwork로 하거든요.
디자인과를 나와서 지금 하는 일에 어떤 점이 도움이 되는지, 혹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해요. 디자이너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비교적 쉬워요. 디자인 관련된 이야기를 해도 디자인 쪽 경험이 없던 기획자들과는 다르게 모두 알아들을 수 있고, 이해도도 굉장히 높죠.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사이가 좋지 않은 회사도 다수 있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지금 일하고 있는 환경 안에서는 서로의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하여 오해가 생기는 일은 없다고 확신해요. 또 장표를 만들 때 자료를 좀 더 효과적으로 시각화하여 이해도와 설득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이 있나요? 일단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더 배우고 싶어요. 어떤 회사를 가던 결국은 비슷할 것 같아서 이직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아요. 더 높은 직급으로 가면 그 자리의 책임감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해요. 겁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 인정하는 것이 무섭다는 것을 알지만 한 번 인정하게 되면 여러 가지 가능성이 눈에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저 또한 실제로 그런 과정을 겪어봤고 어쩌면 지금도 그런 과정을 걷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어차피 한 번밖에 못 사는데 자신에게 솔직하고 그 솔직한 마음을 존중해줄 수 있는 결정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재수하면서 느끼게 된 사실인데, 조금 늦는다고 뭐가 크게 어긋나거나 잘못되진 않아요. 사회의 시선이 무섭고 간혹 가족의 기대도 저버리겠지만,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긴장하지 말고 시도해보세요.
- 김지수,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졸업 '16, PlusX 전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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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온 편지
“나이가 몇 살이던, 졸업한 지 몇 년이 됐던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고민만 하면 결국 고민만으로 남거든요. 해보고 후회하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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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야기를 기획하고, 5년 전에 인터뷰했던 3명의 제주 인터뷰이에게 다시 연락을 했어요. 아쉽게도 모두 지금은 제주도가 아닌 다른 곳에 살고 있더라고요. 특히, 너무 인상깊은 인터뷰를 했던터라 고이 아껴두었던 선배님은 딱 한 달 전에 동탄으로 올라왔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어, 인터뷰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래도 5년 간의 제주생활을 하며 알게된 지인이 있다며 소개해줬는데, 그 중 한 분이 바로 장원석님이에요. 서귀포에서 타투샵을 운영하며 최근 DJ활동까지 시작한, 자유로운 영혼같은 장원석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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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장원석입니다. 서울에서 12년 정도 살았고, 제주도에 온 지 8년 정도 됐어요. 지금은 서귀포 1청사 근처에서 타투샵을 운영하고 있어요.
미술을 시작하게 된 건 언제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3살 때 이민을 가서 계속 사이판에서 자랐어요. 살던 지역은 완전 촌동네였는데, 그게 좋았어요. 그림은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계속 그렸고, 초등학교 때부터는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부모님도 계속 지지해주셔서 대학교도 미술로 진학하게 됐고요.
졸업 후에는 어떤 일을 했어요? 졸업 즈음에는 관심사가 정말 많았어요. 타투와 음악이 있었고 스노보드 타는 것도 좋아했어요. 아마추어 팀 활동을 하면서 스폰서를 받기도 할 정도로요. 근데 한국의 레저 스포츠 환경이 좋지는 않아서 직업으로 해보기에는 무리겠다 싶어서 접었죠. 그때 부모님께서 70평 대의 룸카페를 만들어서 하고 계셨는데, 사람 쓰는 게 쉽지 않다 보니까 자연스레 그 일을 도와주게 됐어요. 주된 업무는 부모님께서 어려워하시는 홀과 운영업무였고요. 그게 졸업 후 쭉 이어졌네요.
제주도에 내려와서 살겠다고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결정하게 됐어요? 카페를 운영한 지 8년쯤 됐을 때 부모님께서 사업을 접고 제주도에 내려가셨어요. 그즈음 저도 결혼했고, 아내와 사이판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이었어요. 프러포즈도 사이판에서 했거든요. 근데 비자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여의치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에서 계속 지낼지, 부모님께서 계시는 제주도에 갈지 고민하다가, 제주도행을 결정했어요. 제주도는 여행으로 한 번 밖에 안 가봤지만 원래도 섬에 살았으니까 금방 적응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일단 서울의 각박하고 부대끼는 분위기가 저랑 잘 안 맞았어요. 제주도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서울이 싫어서 오게 된 거에요.
타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제주도에서 일을 찾다가 마침 새로 생긴 호텔의 오픈멤버 자리가 있더라고요. 다행히 합격해서 난생처음 호텔 프런트에서 일하게 됐어요. 2년정도 다녔는데, 상사의 갈굼과 눈치 보기, 쳇바퀴 같은 일상을 계속 겪다 보니까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떠오른 게 대학교 때 잠시 관심을 두던 타투였어요. 그렇게 더 늦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한번 해보자 생각하고 퇴사를 했어요. 2년 치 퇴직금이던 몇백을 들고 타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제주도에서 배울 곳을 찾다가, 주변 추천으로 육지에 올라가서 6개월 정도 타투를 배웠어요. 그때가 34살 정도였는데 정말 절실했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이 있나요? 타투로 정점을 한번 찍고 싶어요. 곧 서울에서 하는 타투 컨벤션에 출품하는데, 언젠가는 외국에 나가서 상을 타고 싶네요. 나중에는 아마 타투를 교육하며 후배를 양성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면 할아버지가 돼서도 타투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한 번은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특히 트로피컬 한 느낌의 마을에서 다시 한번 살아보면 좋겠네요.
미래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사랑하는 일을 꼭 찾으면 좋겠어요. 저는 타투를 늦게 시작한 게 정말 후회되거든요. 시작할 때는 딱 재미있을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주 좋아요. 나이가 몇 살이던, 졸업한 지 몇 년이 됐던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또 많은 걸 경험해봤으면 좋겠네요. 고민만 하면 결국 고민만으로 남거든요. 해보고 후회하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저도 인생 밑바닥을 쳐보고 많은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살아가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쉽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힘을 내봐요.
- 장원석, 시각디자인과 졸업 '12, 타투이스트, 제주 생활 8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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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레터 <안녕, 디자이너> 3호는 어땠나요?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이나 다른 디자인 전공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후기 혹은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익명 방명록에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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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자이너에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나요?
안녕, 디자이너가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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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안녕, 디자이너 구독자가 250명을 돌파했어요
구독자 250명 달성 기념으로 10월에는 두 번의 인터뷰레터로 찾아올게요. 10월 특집으로 제주에 살고 있는 다양한 디자인 전공자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10월 14일, 10월 28일 오전 9시, 메일함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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