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으로 단절되어 있으니까 여러 생각에서 멀어지고 제 철학을 고수할 수 있게 해주는 곳 같아요. 디자인을 전공하면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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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레터 5호
“나를 주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제2의 고향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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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주도를 찾은 건 7년 전, 군 전역 후 복학을 앞두고 한 달 살이를 하면서였어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일하며 제주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니, 관광지가 아닌 주민으로서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었죠. 덕분에 겨울 제주의 매력도 한껏 느낄 수 있었고요.
그때부터 틈날 때마다 친구, 가족, 혹은 혼자서도 제주를 찾았어요. 지도 앱에는 직접 가본 맛집과 카페가 백여 곳을 넘었고, 나만의 코스를 주변에 소개해 줄 정도가 됐죠. 이제 제주도는 그저 관광지가 아니라, 바다가 보고 싶고, 마음이 쉬고 싶을 때 찾아가는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 되었어요. 서울에 살다 보니 고향이라 부를 수 있는 다른 장소가 생긴 게 신기하더라고요.
제주 특집 5호에서는 제주를 제 2의 고향으로 여기는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려요. 이들에게 제주도는 단순한 고향이 아닌, 자신으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주체적인 공간이었어요. 여러분에게도 나를 주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 있나요? 이번 호를 통해 그런 공간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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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이야기 출판을 위한 펀딩이 시작됐어요
청년 농부, 해녀, 소품샵 운영자, 책방 주인, 펜션 사장님, 그리고 작가까지. 그리고 제주 2년차부터 12년 차, 제주도민에 이르기까지.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 제주에 사는 13명의 디자인 전공자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직업도, 제주에서 살아온 시간도 다양한 이들이 전하는 고민과 현재의 삶,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진정성 어린 조언까지! 제주 이야기 후원을 통해 출판에 힘을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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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하는 질문
“당신에게 제주도는 어떤 의미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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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이를 경험하기 전까지 제주도는 그저 관광지에 불과했어요. 단체 버스를 타고 성산일출봉에 올라 돼지 두루치기를 먹고, 천지연 폭포를 구경한 후 흑돼지 구이를 먹는 곳이었죠. 혹은 렌터카로 여러 관광지와 박물관을 하루 한두 곳씩 둘러보고, 검색한 맛집에서 비싸지만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곳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여러 번 방문하면서 점점 아는 곳이 늘고, 그러면서 제주가 조금씩 달리 보이기 시작했죠. 이제는 제주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매력을 알고 있다는 게 좋아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좋아하게 된 곳, 그런 곳이 생기면, 자주 찾아가 오랜 시간 경험해 보세요. 그럴수록 새로운 모습을 더욱 많이 보게 될지도 몰라요.
*인터뷰이의 이름을 누르면, 인터뷰 전문을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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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취미생활도 하고 자유롭게 살고 있지만 힘든 일도 많이 겪어서 애증의 제주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준 곳이에요. 제주도에 오지 않았으면, 블로그도 시작하지 않았을 거고 그럼 글쓰기에 재주가 있는지 몰랐을 것 같아요. 명리학도 마찬가지고요. 나를 더 알게 해준 그런 운명 같은 곳이에요.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항상 그리워하는 곳이죠. 왜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고향이 되어 버렸어요. 어딘가를 가서 그곳을 사랑하게 된다는 게 정말 신기하죠? 아마 한 평생 좋아할 것 같아요.
제주도는 그냥 저의 정체성이자 뿌리 같았어요. 저의 오리지널리티라고 할 수 있죠.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울에서는 보통 한 번 지나치면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많은데 제주도는 어디 가도 한 번은 더 부딪히더라고요. 그러면서 이제 커뮤니티 같은 인간관계도 형성되고 서로 돕는 느낌도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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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하는 디자이너의 편지
“자신에게 집중해서 직업이나 삶의 철학을 만들어갈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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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자이너>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한 교수님께서 제주에 사는 디자인 전공자 몇 분을 소개해 주신 덕분이었어요. 정규혁님은 대학교 재학 중 특강 강사로 오셨던 유명한 디자이너였는데, 어느새 제주에 내려가 6년째 살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지금은 집 겸 사옥을 지으며 본격적인 제주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죠. 사실, 저희 콘텐츠는 유명하거나 대단한 사람보다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어서 괜찮을까 싶었지만, 제주도에 산다니 일단 만나뵈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무작정 제주도로 향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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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항해하는 디자이너 정규혁입니다. 2010년부터 디자인 스튜디오 BRUDER를 운영하고 있고, 제주에 내려와 산 지는 7년 차가 됐어요.
미술은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중학생 때부터 공부보다는 만화 그리는 거나 운동을 좋아했어요. 고등학생 때까지 그림과 운동 중 고민하다가 고3 때 그림 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고등학생 때 만화 동아리를 만들고 보니, 친구들이 다 대학 입시 준비를 하느라 다 미술학원에 있더라고요. 그렇게 고3 때부터 6개월 정도 미대 입시를 준비했어요.
제주도에는 왜 오게 됐어요?
지난날을 돌아보니 여행다운 여행이나 휴가도 못 가고, 몸을 혹사하면서 20대를 다 보낸 것 같더라고요. 그때 친구들과 양양 여행을 가서 처음으로 서핑하면서 서핑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그리고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으로 제주도에 3~4개월 내려와 살았죠. 중문 해수욕장 쪽이 제주도의 서핑 성지라서, 중문에 머물면서 서퍼들과 함께 지냈어요. 그 후 프리랜서로 디자인 작업을 했는데 그때 했던 프로젝트 몇 개가 너무 잘 된 거예요. 아마 놀면서 작업해서 더 잘되지 않았나 싶어요.
요즘은 어떤 일들을 하시며 지내나요?
최근에는 서울시립미술관 로고 작업을 거의 3년 동안 했어요.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저희가 생각하는 디자인을 관철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PT와 회의를 매주 서울 올라가서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제가 원하던 방향으로 스튜디오를 꾸려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노하우도 점점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 항해하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이유가 바다 건너 일을 많이 하고 있어서인데요. 부산, 일본, 서울, 제주 4개 도시를 오가며 디자인하고 있어요.
정규혁님에게 제주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진 디자인 철학을 지켜줄 수 있었던 곳 같아요. 저는 디자이너가 단순히 껍데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 사업을 잘 되게 비즈니스를 연구하고, 같이 만들어 나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서울에 있었으면 다른 디자이너들과의 경쟁에 몰두하다가, 더 돋보여야 하고, 더 유명해지고 싶다는 마음에 휘말렸을 것 같아요. 근데 물리적으로 단절되어 있으니까 그런 생각에서 멀어지고 제 철학을 고수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제주도의 자연 속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그런 생각을 잊게 되는, 보호막 같은 곳이죠.
미래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해요. 도시는 비교적 경쟁도 치열하고 인구도 포화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주변에 휩쓸려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작은 재미와 취미 생활로 완충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잠시 그런 경쟁에서 한 번쯤 벗어나서 자신에게 집중해서 직업이나 삶의 철학을 만들어갈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 정규혁, 계원예술대학교 졸업 '06, 제주 생활 7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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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디자이너의 편지
“제주도의 여유롭고 안정적인 삶이 좋아요. 저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같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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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제주 취재 일정에서 인터뷰이의 예상치 못한 건강 문제로 인터뷰가 취소되어 버렸어요. 어떻게 해야하나 당황하고 있었는데, 검색 중 우연히 농민신문에 기고된 수필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덕분에 디자인을 전공하고 제주에서 귤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 라서현님을 만나게 되었죠. 알고 보니, '인간극장'에 '귤밭으로 간 한의사'로 출연한 이현왕님과 함께 세 명의 청년이 현왕귤집을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굳건한 신뢰로 제주에 정착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나가는 삼형제의 모습을 보며, 미래의 제 모습도 꿈꿔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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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짓고 있는 3년 차 농부 라서현이에요. 대학교에서는 시각디자인과와 창업 융합 전공을 복수 전공했어요.
미술을 시작하게 된 건 언제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 꿈이 화가였고 그림도 열심히 그렸던 걸로 기억해요. 근데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미술 하면 돈이 많이 들 것 같아 화가의 꿈을 아예 접게 됐어요. 철이 일찍 든 편이었죠. 그리고 전공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공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 없이 핸드폰을 보고 싶은 마음에 디스플레이 연구원을 꿈꿨고요.
왜 디자인과 전과를 선택하신거에요? 재수하며 경제적인 독립을 해야 했던 터라 장학금이 필요했는데, 학교 홍보대사를 하면 받을 수 있더라고요. 그 길로 학교 홍보대사에 지원해 5년이나 활동했어요. 홍보실에 카드뉴스, 홍보 영상 등을 만들 일이 종종 있더라고요. 그때 자원해서 하다 보니 포토샵을 처음으로 접했어요. 그러면서 ‘미술이라는 분야가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구나’, ‘그림을 못 그려도 할 수 있는 분야가 있구나’ 깨달으면서 디자인 쪽에 관심이 생겼고요. 안 그래도 전공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던 터라 디자인과 전과를 고려하게 된 거예요.
제주도에 내려와서 살겠다고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결정하게 됐어요? 대학생 때 대외활동을 하다가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첫째 현왕이 형을 만났어요. 무인 사진관 사업을 할 때 형 집을 자주 가며 더 친해졌죠. 그러다 제주도 여행을 같이 갔는데, 형이 그때 제주도에 아예 눌러앉기로 결정한 거예요. 형 직업이 한의사였는데, 코로나 때 역학조사관을 하며 지쳐서 1년만 놀자 싶었다고 해요. 이왕 결정한 거 더 재미있게 놀기 위해 사람들을 모을 방법을 찾다가 원하는 만큼 머물고 기부 형태로 돈을 내는 도네이션 하우스를 만들었어요. 저도 덕분에 제주도를 자주 오가며 운영을 도왔죠. 그러다 형의 도움 요청에 저도 아예 내려오게 된 거예요.
귤 농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현왕이 형이 <고민하우스>를 운영할 때 저는 워케이션과 농촌을 결합한 팜케이션, 고민이 중심이 되는 고민캠프를 2박 3일 프로그램으로 운영했어요. 육지에서 온 사람들 스무명 정도를 모아서 여행 코스를 짜주고 같이 여행하고, 농사도 짓고 마을도 돕는 캠프였죠. 그 앞에 귤밭이 있어서 틈날 때마다 귤을 따서 팔았는데, 맛이 좋다는 평이 많더라고요. 한 번 제대로 팔아볼까 싶어서 본격적으로 귤 농사를 짓게 된 거예요. 그리고 작년에 셋째 상진이가 합류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현왕귤집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라서현님에게 제주도는 어떤 의미의 공간 인가요? 지금은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서울이나 수도권 사는 사람들에게는 고향이라고 할 게 따로 없잖아요. 근데 제주도는 내가 선택한 고향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특히 오랜만에 경조사가 있어 육지에 가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기도 답답한 느낌이고요. 그런 걸 보면 제주도를 고향으로 인지하고 있구나 싶죠. 그리고 제주도의 여유롭고 안정적인 삶이 좋아요. 저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같고요. 사무실도 앞에는 바다가 보이고 뒤에는 한라산이 보이는 곳으로 구한 이유예요.
미래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도 제주도에서의 삶은 커녕 부산도, 수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살아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좋더라고요. 물론 초반에 적응이 쉽지는 않았지만, 하고 나니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누군가 시도를 특별히 주저하는 이유가 없다면 일단은 시도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돌아가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 라서현, 시각디자인과 졸업 '21, 농사짓는 디자이너, 제주 생활 2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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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사는 서로 다른 디자인 전공자의 이야기가 궁금한가요?
12월 출간될 제주이야기 후원이 진행중이에요. 성공적인 출판을 위해 힘을 보태주세요 🙏
다양한 디자인 전공자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어요.
제주이야기 펀딩 바로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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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레터 <안녕, 디자이너> 5호는 어땠나요?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이나 다른 디자인 전공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후기 혹은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익명 방명록에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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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자이너에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나요?
안녕, 디자이너가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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