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으로 단절되어 있으니까 여러 생각에서 멀어지고 제 철학을 고수할 수 있게 해주는 곳 같아요. 디자인을 전공하면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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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레터 6호
“꼭 직업으로 스스로를 단정지을 필요는 없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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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면, 종종 어떤 말로 스스로를 소개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어요. 디자이너도 아니고, 마케터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히 회사원이라고 하기엔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왜 우리는 직업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길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취미나 취향, 혹은 꿈으로도 나를 소개할 수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이렇게 소개하기 시작했어요. "디자인을 전공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이야기 수집가입니다." 라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안녕, 디자이너>를 소개할 기회도 생기더라고요.
여러분도 직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를 소개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 고민의 순간이,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지도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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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하는 질문
“어떤 대학 생활을 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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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능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얻지 못해 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했어요. 학교 생활과 동아리 활동에 열심히 참여했지만, 원하는 대학교가 아니란 이유로 마음을 크게 붙이지 못했죠. 결국 한 학기만 다니고 반수를 해서 꿈꾸던 학교에 입학했어요.
처음엔 혼자만 재수생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재수나 N수를 한 동기들이 많더라고요. 덕분에 학교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OT, 체육대회, MT 등 거의 모든 학교 행사에 참석했고, 술도 꽤 많이 마셨던 기억이 나요. 밤새 술을 마시고 놀다가 수업에 들어가서는 엎드려 잠만 잔 적도 있을 정도였죠. 그래도 복학 후에는 반장, 근로 장학생, 졸업전시 반장까지 맡으며 꽤 열심히 학교를 다녔어요. 정말 잘 놀았던 것 같은데, 지금 돌이켜보면 더 많이 놀 걸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여러분의 대학 생활은 어땠나요?
*인터뷰이의 이름을 누르면, 인터뷰 전문을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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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아니면 술밖에 몰랐어요. 사실 학교생활이라고 하면 놀면서도 성적관리를 위해 억지로 공부했던 게 다였던 것 같아요.
학교에 정을 못 붙이고 둥둥 떠다녔어요. 전공에 대해 감을 잘 못 잡고 교양 수업을 더 재미있게 들었어요. 철학, 여성학,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죠.
존재감 없는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수업을 열심히 듣지도, 성적이 좋지도 않았어요. 조용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했죠. ‘이걸 왜 해야 하는 걸까?’, ‘이걸 이런 식으로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의문이 많은 반골수라고 할 수 있죠.
일본에서 살다가 오다 보니까 한국에서 사람을 많이 사귀려고 노력했어요. 학생회도 하고, 소모임활동도 하고, 술자리도 여기저기 많이 나갔어요.
학교 홍보대사에 지원해 5년이나 활동했어요. 그러다 홍보실에서 포토샵을 처음으로 접했죠. 그러면서 디자인 쪽에 관심이 생겼고요. 안 그래도 전공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던 터라 디자인과로 전과를 고려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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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대학생의 편지
“어떤 직업으로 살아갈지가 아닌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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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자이너>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전에 학원 강사로 일할 때 만났던 학생이 친구 한 명을 소개해 주었어요. 요즘 디자인에 대해 고민이 많다며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만난 용현님은 고민이 많으면서도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었어요. 무언가에 빠지면 몰입해서 끝을 보는 성격 같았죠.
원래 프로젝트의 취지와 조금 다르게, 디자인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기보다는 디자인 안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지만, 그가 해준 말이 제게 큰 울림을 주었어요. 그리고덕분에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에게 깊이 질문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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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 중인 김용현이에요.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어요.
왜 자동차 디자인을 배우게 됐어요? 말을 제대로 떼기 전부터 자동차 이름을 옹알거릴 정도로 자동차를 좋아했어요. 7살 때부터는 자동차를 혼자 그리기 시작했고요. 그때는 자동차 관련 일은 레이서밖에 몰라서 꿈이 레이서였어요. 그러다 부모님이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알려주셔서 디자이너를 꿈꾸게 되었죠.
학교 수업 중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요?
공간컨셉 디자인이라는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2학년 전공 수업인데 몇십 장의 원서를 보고 요약하고 핵심 주제를 뽑아서 발전된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모델 폼보드를 만들어야 했어요. 선배들한테 칭찬받은 모델을 수업에 가져갔는데 교수님께는 최악의 크리틱을 받았고 결국 수강을 취소했어요. 그러다가 2학년 때 디자인과 문화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디자인에 관해 토론하고 비평하는 과정을 거치니까 공간컨셉 교수님이 어떤 걸 강조하셨는지 늦게 깨닫게 되었죠. 완성도 있는 작업물보다는 좀 더 컨셉과 아이디어가 분명한, 가능성을 가진 작업물을 선호했고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제시하는지가 중요했던 거에요. 되게 실패한 경험인데 기억에 남아요.
휴학은 왜 했어요?
2학년 여름방학 때 학교 선배 도움을 받으면서 작업을 했어요. 제가 소속된 자동차 동아리에 현대자동차 연구 장학생으로 있는 선배가 있었거든요. 그 선배가 자동차 디자인을 코칭 해주셔서 맨날 스케치하고 컨셉짜고 그랬어요. 근데 아무래도 혼자 하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보니 감도 잘 안 잡히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력이 안 느니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정말 한 가지에 빠지면 올인하는 스타일인데, 고민이 심해지다 보니까 공황장애 증상이 오더라고요. 쉬면서 자동차 디자인을 계속할지, 무대디자인을 할지 고민해보려고 휴학을 하기로 했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이 있어요? 졸업 후에도 좋은 팀원을 만나서 재밌는 결과물을 만들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 것 같아요. 그것을 통해 감동을 전달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죠. 감동이라면, 과거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공연을 본 것도 아닌데 환호성을 지르고 감탄한 것과 같은 그런 감동이에요. 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공간, 건축, 패션, 음악, 안무 등 다재다능한 모습이요. 물론 메인인 자동차 디자인에 충실하고 실력을 인정받은 후에 다양한 가능성을 위해 조금씩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가진 창의력을 다 쓰고 싶어요.
미래를 고민하는 후배, 동기들에게 조언 부탁해요. 휴학할 때 교수님께서 면담을 제안하셨는데 그때 제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말씀드리고 무대 디자인 쪽으로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때 교수님이 내가 어떤 디자이너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건 정말 건강한 것 같다고 하셨어요. 단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디자이너의 삶을 살 수도 있지만, 그 바탕에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디자이너로 살아갈지가 아닌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요. 더 근본적인 이유를 찾다 보면 충분히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아닌 다른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고요.
- 김용현, 디자인학부 2학년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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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쓰고 노래하다가 학교다니는 중에 보낸 편지
“꼭 직업으로 자신을 단정 지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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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칠 때쯤, 인터뷰이에게 어떤 단어나 직업으로 본인을 소개하고 싶은지 물어보곤 해요. 그런데 같은 과 동기이자 가수이기도 한 찬미님을 인터뷰할 때, 그녀가 이렇게 되물었어요. "꼭 직업으로만 소개해야 할까요?" 라고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더라고요.
직업은 그 사람을 표현하는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인데, 그동안 저는 무심코 직업으로 소개를 부탁해왔더라고요. 이 일을 계기로, 이제는 인터뷰할 때 꼭 덧붙이곤 해요. "꼭 직업으로 소개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라고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표현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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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곡 쓰고 노래하는 홍찬미예요. 지금은 시각디자인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에요.
미술을 시작하게 된 건 언제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등학생 때 미국 공립고등학교로 1년간 교환학생을 떠났어요. 환경이 많이 달라 처음엔 외로웠죠. 말도 잘 통하지 않아서 혼자 답답해하다가 돌파구를 찾았던 게 바로 그림과 노래였어요. 연극, 합창, 미술 수업을 들으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점차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그림과 노래가 저를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던 셈이죠. 무엇보다도 저 자신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도 했고요. 그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왜 디자인과 전과를 선택하신거에요? 교환학생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입시를 했고 희망하던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할 예정이었어요. 줄곧 국제구호활동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입학을 앞두고 도서관에 가서 전공서적을 찾아보니 생각했던 것과 너무도 다른 거예요. 그때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게 뭔지 다시 생각해봤는데 제 관심사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죠. 미국에서 보낸 시간과 그때의 경험들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그래서 미술대학 진학을 목표로 다시 입시 계획을 세웠고, 부모님께 제 뜻을 진지하게 말씀드려 결국 재수를 할 수 있었어요. 지인분의 소개로 어느 화가의 화실을 다니며 입시를 준비했고 수능시험도 준비했어요. 그리고 야자를 하는 대신에 도서관엘 다니며 여러 가지 서적을 읽었어요. 대학에서 뭘 배우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주 생각했죠. 결국, 도달한 곳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예요. 솔직히 저도 어떻게 홍대에 오게 됐는지 아직도 놀랍지만, 그땐 정말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많이 노력했던 시간이었어요.
졸업전시를 앞두고 고민하는 게 있나요? 졸업전시는 사실상 ‘나는 이런저런 작업을 해요’라고 얘기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좀 부담스럽기도 한데 막상 졸업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하나의 절차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또 단순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 제 태도가 약간 헷갈려요. 내가 무얼 보여줄 수 있을까 불안해하다가도 계속 열심히 하는 걸 보면 또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고요. 음악을 할 때도 늘 하는 생각이지만, 좋아서 하는 게 좋은 작업으로까지 이어지는 건 무지 어려운 일 같아서요. 부디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음악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언니, 오빠들도 음악을 전공했고 집에 계란판을 붙인 피아노 방도 있어서 어릴 때부터 음악을 자주 접했어요.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도 피아노 방이었죠. 책도 거기서 읽고요. 곡은 고등학생 때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대학에 와서는 직접 노래하고 연주한 영상을 SNS에 종종 올렸어요. 산디과 안에서도 ‘노래하는 애’라는 인식이 있었고요. 미대 밴드에서 보컬 활동도 하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제 노래를 편곡해 학교에서 하는 전시회에서 공연도 했어요. TV 데뷔는 <케이팝 스타 4>에 참여하면서 하게 됐어요. 음악을 배워본 적도 없고 음반을 어떻게 발매하는지 몰랐던 당시엔 오디션 프로그램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미국에서 교환학생 할 때부터 한창 오디션 붐이었는데, 참가할 용기를 갖는 데에 4년이나 걸렸네요. 그 때 본선 5라운드에서 떨어졌는데 신기하게도 그 시즌에 이슈가 된 참가자가 많았고, 저도 그중 하나였어요. 팬카페가 생기고, 전 소속사를 만나 가수로 활동할 수 있게 됐죠.
졸업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가수와 디자인, 그 외의 직업에서 고민 중인 건가요? 대학교가 사회로 나가기 위한 디딤돌인 셈이라면 저는 아직 그 디딤돌을 디딜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시간이 다 됐으니까 떠나긴 해야 하는데, 졸업하고도 한동안은 생계를 위한 고민을 할 것 같아요. 닥치는 대로 무언가 계속하면서요. 무엇을 하든 디자인적인 감각이나 스킬을 쓰겠지만, 솔직히 현재로써는 디자인이란 단어 자체도 막연하고 그 길이 좀 멀게 느껴지네요. 지금 드는 생각으로는 일단은 졸업전시를 마치고 여행을 떠나려고 해요. 내년 초에 파나마에서 열리는 World Youth Day에 봉사자 접수를 해두었거든요.
가지고 있는 꿈이 있나요? 가장 최근의 꿈은 앨범을 발매하는 거였는데, 그 꿈은 이뤘어요. 꿈을 이루고 나서 보니 꿈이 한 개면 안 되겠더라고요. 구체적인 꿈도, 추상적인 꿈도 다 필요해요. 지금 가장 구체적인 꿈은 경제적, 심리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예요. 어엿한 성인 자녀가 되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음악을 꾸준히 하는 거예요. 아직은 막연한테 이제부터 구체적인 목표를 하나씩 세워서 이뤄가야겠죠. 지금은 무엇보다도 제가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걸 찾고 있는데, 글쎄요, 끊임없이 불안할 것 같아요. 그냥 단순히 제 장래희망을 말하자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고민이 많은 졸업 동기들,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해요. 설령 나중에 디자인 쪽 진로를 택하지 않는다 해도 스스로 디자이너가 아니라고 딱 잘라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꼭 디자인스튜디오 같은 데서 일해야만 지금까지 배운 내용이 쓸모 있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아요. ‘나는 무엇 무엇을 하는 사람이야’라고 자신을 표현할 수도 있어요. 꼭 직업으로 자신을 단정 지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인터뷰 시작할 때 “나는 곡 쓰고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했듯이 스스로 무얼 하는 사람인지를 소개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좀 자유롭게 말이죠. 아, 좀 더 보태자면 저는 ‘곡 쓰고 노래하는’이 아니고 ‘곡 쓰고 노래하다가 쉬는’, 아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학교 다니는 거니까 ‘곡 쓰고 노래하다가 학교 다니는 중’이라고 할래요.
- 홍찬미, 시각디자인과 4학년 재학중, 곡쓰고 노래하다가 학교다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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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레터 <안녕, 디자이너> 6호는 어땠나요?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이나 다른 디자인 전공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후기 혹은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익명 방명록에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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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자이너에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나요?
안녕, 디자이너가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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